[해외축구] 카를로 안첼로티는 얼마나 위대한 선수이자 감독인가


카를로 안첼로티는 이탈리아 국적의 축구선수 경력이 있는 감독 중 한 명이다.

모든 사람이 동의할지는 알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선수 경력보다는 감독 경력이 더욱더 돋보이는 선수 출신 감독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마이크 트라웃, 리오넬 메시, 타이거 우즈의 위대함을 알아보면서 '현역'이자 해당 종목을 대표할 자격이 있는 선수(Player)를 알아봤다.

'세 명 정도 살펴봤으니 감독(Manager)에 관해 알아볼 때'라 생각했는데 마땅한 감독을 찾기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감독도 있고 감독으로서 상당한 업적을 쌓은 전·현직 감독이 적지 않지만 내 선택은 그들보다 다소 부족할 수도 있는 카를로 안첼로티다.

아래에서는 카를로 안첼로티가 선수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얼마나 위대한 인물인지 알아보도록 하겠다.




1. 꿇릴 게 없는 선수 경력




카를로 안첼로티에게 직접 이런 말을 할 순 없지만 감독 경력만큼 선수 경력이 화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가 파르마를 거쳐 AS 로마, AC 밀란의 일원으로 뛰면서 이탈리아 세리에 A는 물론 유러피언 컵(UEFA 챔피언스리그 전신) 정상에도 올랐다는 점,

수비형 미드필더로 조금 더 돋보이기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그보다 빛나는 감독 경력을 가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선수 경력이 형편없는 건 아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라는 칭호가 적당하게 어울리는 감독이며 아마도 선수 경력 대비 뛰어난 감독 커리어를 가진 몇 안 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이라는 데 많은 이가 동의할 것이다.


선수 시절 공격 2선보다 낮은 위치에서 플레이하는 게 많을 수밖에 없었지만

곧잘 상대 페널티박스로 침투해 머리로 득점하곤 했던 카를로 안첼로티는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빨랫줄 슈팅으로 득점하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 감독을 맡을 당시 수석코치였던 지네딘 지단과 볼을 컨트롤하는 영상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카를로 안첼로티 역시 훌륭한 감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카를로 안첼로티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없었던 세대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우리가 지금 알 수 있는 범주에서 카를로 안첼로티는 AC 밀란 황금세대 중 한 명으로 이탈리아 세리에 A, 유러피언 컵에서 활약했다.

그 이전에 파르마와 AS 로마에서 뛸 때의 활약도 돋보였다.

물론 그가 AC 밀란에 입성한 이후 수준 높은 동료를 만나 어려움이 덜한 건 있었겠지만 부상으로 은퇴하기 전까지 AC 밀란에서 소중한 존재였음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는데 26경기밖에 나서지 못했지만 1986 FIFA 멕시코 월드컵과 1990 FIFA 이탈리아 월드컵에 나섰다.

서독에서 치러진 유로 1988에도 나서 남부럽지 않은 국가대표 커리어도 가지고 있다.


수비 능력이 돋보이는 선수였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마무리 역시 가능한 선수였고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당시에는 신장 대비 단단한 몸을 바탕으로 터프하게 상대 공격수를 상대했다.

그로 인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지만 오랜 기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데 쉽지 않은 부상이 여러 차례 찾아와 그는 다소 이른, 30대 초반에 선수 인생을 마친다.



2. 시작부터 남달랐던, 무대를 가리지 않는 최고의 감독




감독으로서 여전히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으며 올 시즌도 10월까지만 하더라도 굉장히 좋았던 카를로 안첼로티의 감독 첫걸음도 남달랐다.

세리에 B, AC 레지나를 맡아 세리에 A로 승격시킨 카를로 안첼로티는 곧장 파르마에 부임해 첫 시즌을 2위로 마친다.

그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선수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팀을 맡아 돋보일 만한 성적을 거뒀다는 데

많은 이가 박수를 보냈을 것이며 당시에도 지금도 그리고 훗날에도 높게 평가되어야 하는 일이다.


이후 유벤투스를 맡고 나서 힘든 시기를 겪은 사실이나 AC 밀란에서 감독으로서 첫 번째 큰 성공을 거둔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는데 한 번은 이탈리아 축구계를 뒤흔든 최악의 스캔들, 칼초폴리 사건 이후에 거둔 우승이었다.

그것도 뼈아픈 역전패의 기억이 남아있는 리버풀을 꺾고 차지한 우승으로 AC 밀란 서포터에겐 잊을 수 없는 우승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이탈리아 세리에 A에서 두 번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오른다.

그가 더 나은 성적을 거뒀어야 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상당 기간, 감독으로서 부족할 것이 없는 시즌을 보냈다.


그는 잉글랜드 무대에서도 프랑스 무대에서도 성공 가도를 달렸다.

물론 그에 맞는 최고의 팀을 이끌 기회를 잡은 것이지만 그가 최고의 감독이 아니었다면 그러한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최고의 팀, 우승 가능성이 높은 팀을 이끌고 우승하지 못한 경험은 카를로 안첼로티에게도 있었지만 현시점에서도 여러 감독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말할 수 있다.

그가 우승했을 때마다 막강한 경쟁자도 있었다.

이탈리아, 잉글랜드 그리고 프랑스에 이어 아래에서 이야기할 스페인과 독일까지 여러 리그의 팀을 이끌고 리그 정상, 유럽 정상에 올랐던 감독 이력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3. 레알 마드리드의 라 데시마, UEFA 챔피언스리그 역사를 쓴 감독




카를로 안첼로티는 첼시와 파리 생제르맹을 이끌고도 승리, 영광의 순간을 만들고 레알 마드리드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엄청난 선수단을 데리고도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연거푸 고배를 마셨다.

징크스에 허덕이다 조세 무리뉴 감독을 선임해 징크스는 깨부쉈지만 우승과는 여전히 거리를 뒀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은 카를로 안첼로티였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부임 첫해부터 레알 마드리드에 트로피를 안겼다.

정확히 말하면 '목표 달성', 레알 마드리드는 스페인 국왕컵(코파 델 레이)에서 마드리드 더비, 엘 클라시코를 연이어 승리해 우승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전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바이에른 뮌헨을 완파했다.

그리고 라 데시마 달성, 레알 마드리드가 고대했던 10번째 빅 이어를 안기며 카를로 안첼로티는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세 차례 우승을 차지한 감독으로 기록되었다.


물론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두 번째 시즌은 좋지 않았다.

트로피는 없었으며 선수 운용 측면에서 적잖은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그 역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랜 기간 감독을 맡을 수는 없었지만 머지않아 그 선택이 옳지 않았음을 레알 마드리드의 모든 구성원이 알 수 있었다는 점,

그가 지금껏 여전히 좋은 성적을 열망하는 팀의 감독으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감독 이력은 앞으로도 훌륭하게 채워질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4. 부드러운 리더십을 가진 뛰어난 전술가




혹자는 카를로 안첼로티를 비판할 때 그의 선수 운용 측면에서 거침없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원하는 선수의 스타일은 대부분 정해져 있고 베스트 일레븐을 고수하는 경향도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좋은 클럽에서 뛰어난 선수가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펼치길 기대한다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

선수에게 부담이 되어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이겨야만 하는 경기에서 믿을만한 선수는 단연 최고의 능력을 갖춘 선수다.


부족한 부분도 있는 감독이지만 그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선수를 포용하면서 더 나은 경기를 치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

친숙하고 격의 없는 스타일을 유지하면서 여러 선수와 좋은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건 팀을 이끄는 모든 감독에게 필요한 덕목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떤 감독도 자신이 우스운 꼴을 당하긴 싫어한다.

이는 권위 의식을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팀을 지도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 앞에 서야 하는 감독으로서 가져야 하는 강한 이미지일 수 있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종종 이러한 모든 것이 없는 감독처럼 느껴질 때도 있을 정도로 선수들이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감독이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선수단과 마찰이 적고 최고의 선수를 지도함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

그들도 선수이기 때문에 감독 지도하에 있어야 하지만 때때로 그것을 거부하는 선수들이 있다.

하지만 카를로 안첼로티는 그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최고의 성과를 이뤄냈다. 첼시, 레알 마드리드에서 그러한 능력은 돋보였다.

바이에른 뮌헨에서는 선수단과 마찰이 적지 않았는데 이는 전술적 선택이 성적 부진으로 연결되면서 리더십이 발휘될 수 없었다고 본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뛰어난 전술가 중 한 명이다.

자신의 포지션이 미드필더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미드필더 포지션에 자리해야 하는 여러 선수에게 다양한 임무 혹은 보다 나은 역할을 부여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측면 자원으로 구분되어 뛰어난 크로스 능력을 바탕으로 활약했던 앙헬 디 마리아는 카를로 안첼로티가 레알 마드리드에 부임한 후 하프 윙이 되었다.

이후 디 마리아는 한 단계 발전해 측면에서만 뛰는 것이 아니라 중앙과 가까운 위치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로 거듭났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오랜 기간 함께 하지 못했지만 그의 가치가 더욱더 높아진 계기는 카를로 안첼로티와의 조우였다.


카를로 안첼로티는 여느 감독도 그렇지만 팀에서 여러 축을 만들고 싶어 하는 감독이다.

골을 넣는 데 집중할 수 있는 공격수와 확실한 플레이메이커 그리고 측면에서 공격을 풀어줄 수 있는 선수를 보유하려 노력한다.

에버턴에서는 도미닉 칼버트-르윈, 하메스 로드리게스, 히샬리송이 그러한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수비 전술의 경우 기본적으로 백포라인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고 딥라잉 플레이메이커가 아닌,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부르기는 애매한 자원을 하프라인 부근에 위치시켜

수비에 힘을 빼지 않으면서 측면 미드필더를 조금 더 중앙에 위치하게 하는, 이른바 하프 스페이스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으려는 전략을 기본으로 한다.

이는 때때로 원톱 전술을 구사하는 팀이 많은 미드필더를 중원에 밀집시킨다면 공간 자체가 생기지 않아

측면 자원은 다시 터치라인에 붙어야 하고 공도 측면으로 보내고 시작해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그리고 공격 방향을 전환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크기 때문에 속도도 느릴 수밖에 없다.


다만 능력이 좋은 측면 미드필더가 있다면 동시에 공격수의 활동 범위가 넓다면 그리고 훌륭한 플레이메이커가 있다면 공격을 풀어갈 기회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전적으로 선수들의 개인기량에 의존하는 것이지만 보다 많은 인원을 공격에 가담시키지 않고도

즉, 수비하기 위해 하프라인 아래로 미친 듯이 달려야 한다는 부담을 덜고 공격을 진행하거나

상대 수비가 미처 자리를 잡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전개할 때는 어떤 팀보다도 날카로운 공격을 진행할 수 있는 팀이 될 수 있다.


지도하는 팀 그리고 상대 팀에 맞춰 공격 전술, 수비 전술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고

어떤 선수를 중심으로 전술을 개편하는 것이 팀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 능력은 그가 뛰어난 감독이라 평가받기 충분하다.

지금 맡고 있는 에버턴 역시 그의 능력 아래 더 나은 팀으로 발전하고 있다.


에버턴이 잉글랜드를 대표할 만한 팀은 아니지만 카를로 안첼로티 아래에서 더 나은 팀으로 바뀌고 있으며

그가 지도했던 선수들을 데려온 뒤 선수도 구단도 더 나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켜봐야 알겠지만 에버턴이 유럽 클럽 대항전에 나설 수 있다면 그 에버턴은 '안첼로티의 에버턴'이 될 것이다.




결론



카를로 안첼로티는 선수로서 감독으로서 성공을 경험한 인물이다.

어떤 역할로든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우승했다는 점과 스페인, 잉글랜드,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무대에서 어떤 대회든 우승을 경험했다는 점과

서로 다른 네 개의 리그에서 우승한 경험은 여느 감독에 뒤지지 않으며 이미지와 달리 앞으로도 감독으로서 활약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점은 매우 특별하다.

건강 문제가 제기된 적이 있긴 하나 최근의 일은 아닌 만큼 카를로 안첼로티가 앞으로 얼마나 더 감독 커리어를 특별하게 만들어나갈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에버턴을 지도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에도 유럽 최상위 리그 혹은 국가대표팀에서 감독 생활을 이어가는 데 문제가 없다고 본다.

그는 2000년대와 2010년대 세계적인 클럽과 역사를 썼고 이제 2020년대가 되었지만 현대 축구에서 살아남기 충분한 역량을 지녔다.

특정 선수의 기용을 고집하는 경향, 베스트 일레븐을 고집하는 경향도 있지만 그의 전술 역량, 팀의 많은 선수를 부드럽게 포용하는 리더십은 앞으로도 많은 감독이 보고 배워야 한다.


더는 최고의 팀을 지도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그가 많은 팀을 한 단계 이상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걸 에버턴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에버턴은 우승과 거리가 있고 카를로 안첼로티 부임 이후 지난 2017-18, 2018-19시즌에 비해 낮은 12위에 그쳤지만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시즌이 중단되기 이전에는 조금 더 나았고 승점 역시 지난 2017-18시즌, 8위로 마친 것과 같았다.

최근에도 3연패에 빠지며 리그 초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 못하지만

우리가 에버턴을 지켜봐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전과 다르게 뛰어난 선수가 팀에 합류했다는 것이며 그들을 지도할 감독이 감독으로서 모든 걸 경험한 사람이란 것이다.


흔히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은 성공과 거리가 있다고 한다.

물론 펩 과르디올라, 지네딘 지단과 같은 그렇지 않은 감독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카를로 안첼로티처럼 선수 시절의 영광을 뛰어넘어 오랜 기간 팀을 맡고 있는 감독은 흔치 않다.

아마 적지 않은 감독의 롤 모델 중 하나는 카를로 안첼로티일 것이다.


그가 축구 지도자로서 지내온 시간은 축구계가 기억하기 충분하다는 점에서 그는 감독으로 위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의 위대함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앞으로도 그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되었길 바란다.


글 : 아우구스투스 [네이버 블로그, 아우구스투스의 스포츠 바인더 / 티스토리, Mr. YANG's DESK 운영 중]

이미지 출처 : Getty Images, Pinterest, THE Sun, 90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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