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어제 모처럼 하루 휴식을 취하고 오늘 다시 축구 소식으로 인사드리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인데 먼저 첫 번째 소식은 대한민국 남자 A대표팀의 소식입니다.
지난 7일(금) 호주와 부산에서 경기를 갖고 그제(11일, 화) 이란과 서울에서 경기를 치른 대한민국 남자 A대표팀은 1승 1무를 거뒀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살펴보겠지만 약 7개월 만에 다시 만난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승리를 거두며 지난 2015년 있었던 아시안컵 패배와 친선경기에서 거둔 무승부의 아쉬움을 달랬고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지난 2011년 있었던 아시안컵에서 윤빛가람 선수가 넣은 득점 이후 3,062일 만에 골을 터뜨리는 등 앞서나갔지만 자책골로 인해 아쉽게 승리가 무산되면서 비겼습니다.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이 있었지만 새로운 볼거리도 있었던 평가전을 마친 '벤투호'는 지난해 9월부터 16경기에서 10승 5무 1패라는 호성적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이번 6월 평가전에서 대표팀이 잘한 부분과 아쉬운 부분 그리고 새로운 볼거리는 무엇이었는지 아래에서 차례로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호주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을 살펴보면 골키퍼 포지션에 김승규 선수가 나서고 권경원, 김민재, 김영권 선수가 나서며 스리백과 파이브백을 오가는 수비 전술을 선택했습니다.
좌우 윙백으로 김진수 선수와 김문환 선수가 기용되었고 중원에 황인범 선수와 주세종 선수가 섰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이재성 선수가 기용되었습니다.
최전방에는 황의조 선수와 손흥민 선수가 투톱을 이뤄 호주의 골문을 노렸죠.
호주가 대대적인 세대교체 감행하고 있어 경험이 적고 어린 선수를 데리고 왔고
그에 맞춰 스리백-윙백 기용으로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내든 대한민국 대표팀이 쉽게 상대할 수 있을 걸로 보였습니다.
전반적으로 대한민국이 조금이나마 우세한 경기 내용을 보였고 많은 기회를 만들어냈지만 우리는 늘 그렇듯 결정력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정식 경기 이후 휴식을 취한 뒤 귀국한 손흥민 선수가 쉴새없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기용되었지만 그렇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이 뛰었고
황인범 선수와 주세종 선수가 중앙에서 제역할을 해줬고 황의조 선수도 열심히 뛰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호주의 골문을 열어젖히는 데 꽤 많은 시도에도 불구하고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홍철 선수의 낮은 크로스를 골키퍼에게 향하기 전 문전으로 쇄도하던 황의조 선수가 재치있게 발을 가져다 대 골을 터뜨렸습니다.
크로스가 호주의 등번호 20번 선수인 브랜드 보렐로 선수의 엉덩이에 맞아 홍철 선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즉각 날아가지 못했지만
휘면서 결국 황의조 선수가 도전해볼 만한 위치로 날아갔고 황의조 선수는 이를 알기라도 한 듯 무서운 속도로 쇄도해 발을 가져다 댔습니다.
6월 FIFA A매치 데이 프리뷰에서 언급한 대로 황의조 선수가 최근 소속 팀과 대표팀에서 좋지 않아 우려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번 득점을 통해 그러한 우려를 날려버리고 뒤에서 설명할 이란과의 경기에서도 골을 터뜨리면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임을 증명했습니다.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이전에 대한민국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몇몇 감독이 시도했었던 스리백-윙백 기용을 가장 잘 가동했다고 볼 수 있으며
비록 한 골에 그쳤지만 경기에 투입된 선수들이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잘 알고 있었고 우리 뜻대로 경기를 치렀다고 봅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는 조현우 골키퍼가 골문을 지키고 왼쪽부터 홍철-김영권-김민재-이용 선수가 백포라인을 구성했습니다.
중원에 백승호 선수와 황인범 선수가 서고 왼쪽 측면에는 나상호, 오른쪽 측면에는 이재성 선수가 뛰며 최전방에 있는 황의조 선수와 손흥민 선수를 도왔습니다.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선수는 바로 백승호 선수죠.
지난 3월 A매치 데이에도 소집된 바 있는 백승호 선수는 대한민국의 숙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란과의 경기에서 데뷔전을 가졌습니다.
경기를 직접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백승호 선수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운 플레이로 A대표팀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패스면 패스, 볼 키핑이면 볼 키핑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백승호 선수는
이후 있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과 동아시안컵 등 A대표팀이 치러나갈 경기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흥민 선수는 호주전에 이어 이란과의 경기에도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손흥민 선수가 세대교체에 집중하고 있는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출전하지 않고 이란과의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배려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파울루 벤투 감독은 손흥민 선수를 호주전과 이란전에 모두 기용해 우리 대표팀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좋은 경기력에 근접하려고 노력했고
손흥민 선수는 체력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냈기에 감독과 선수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가 상대의 견제를 받으면서 여러 상황이 있었고 체력적으로 떨어진 선수가 큰 충격 없이도 당할 수 있는 부상이 적지 않기 때문에 신경을 써줄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파울루 벤투 감독이 대한민국 남자 A대표팀을 맡은 뒤 팬으로부터 지적받고 있는 선수 기용 측면이나 전술적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먼저 감독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선수 선발에 대해서 지나치게 커뮤니티 사이트와 언론에서 강하게 압박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모습이 언제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람으로서
또다시 그러한 것을 되풀이하는 현 상황을 바라보면서 마치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사람과 언론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벤투 감독이 선수를 소집하고 기용하는 데 있어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고 있고 이는 선수단에 주는 메시지가 있다고 봅니다.
소집된 선수가 팀 분위기를 파악하고 내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그 선수를 소속 팀 유니폼을 입고 있을 당시의 모습, 경기력이 아닌 대표팀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처음으로 A대표팀에 소집된 선수는 사석에서 몇 차례 본 적이 있어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그 선배 선수가 A대표팀 내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는 파악하고 겪어야 아는 문제입니다.
일반인도 아주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직장에서 어느 정도의 입지와 성격을 가진 사람인지 잘 모르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내가 알고 지낸 사이의 사람이라도 그가 팀에서 어떻게 활동하는지 왜 그러한지를 알아야
그 조직에서 그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알 수 있고 나아가 자신의 캐릭터, 성격을 규정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모든 과정이 편하게 진행되더라도 팀 분위기에 맞는 행동을 하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하고 감독이 나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파악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시간은 감독이 선수를 애정하는 정도에 따라 혹은 선수 개인의 능력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을 겁니다.
또 어떤 선수의 폼이 굉장히 좋다고 해서 같은 포지션 경쟁자인 경험 있는 선수를 제치고 당장 기용하기 어렵습니다.
경험 있는 선수가 대표팀에서 해준 몫이 있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이는 단순히 대한민국 A대표팀만이 가진 특징이 아니라 대부분의 팀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며 지극히 당연합니다.
기대할 수 있는 선수를 조금 더 신뢰하는 것이 당연하고 프로 레벨에서는 이를 돈과 연결하기도 합니다.
연봉이 높은 선수가 연봉이 낮은 선수에게 자리를 지키는 데 유리한 것도 이러한 데 기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손흥민 선수와 같은 팀을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는 경기를 즐기기보다 책임을 지는 데 집중하는 것이고요.
파울루 벤투 감독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경기에 패하면 그 경기에서 어떤 선수가 매우 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보통 감독의 책임이 가장 큽니다.
그리고 대한민국 A대표팀의 전력이 아시아 최고 자리라고 자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큰 대회에서 많은 강팀을 상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월드컵 직전에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유럽 국가와 평가전을 치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들이 우리와 붙을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조별리그에서 만날 아시아 국가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경기가 필요하다면 한국말고도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와 다르게 대한민국이 톱 시드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 특히 남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팀이나 아프리카 팀을 상대로 많은 승리를 거두고 있어
승부의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단순한 계산인 'A팀을 이긴 팀을 B팀이 이겼을 때 B팀을 이긴다면 A팀도 이길 것이다.'라는 계산으로도 대한민국과 붙을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강한 팀을 만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 선수가 말하는 대로 파울루 벤투 감독이 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 경기 정신력으로도 무장해서 경기에 임해야 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해 어찌 보면 당연히 응원해야 하고 때로는 질책도 해야 하지만 팀의 모든 것을 입맛에 맞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선수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고 직접 녹을 받고 책임질 위치에 놓인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우리의 위치를 알고 생각한다면 쉬어갈 틈이나 여유 있게 생각할 것이 없습니다.
비난할 자격은 모두에게 있지만 그 모두는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됩니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 참견이고 일종의 오지랖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요구와 참견, 오지랖으로 다음 월드컵까지 계약한 감독을 말도 안 되는 타이밍에 경질하고 다른 감독을 선임하고
그 감독이 맡아 참가한 월드컵의 결과를 두고 이래저래 평가하며 그 감독을 경질하고 다른 감독을 선임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만의 색을 가지기 어렵고 감독이 자신의 뜻을 밀고 나가기 어렵습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2019 아시안컵에서 지난 대회보다 저조한 성적을 거뒀지만 우리가 이해해야할 부분도 있습니다.
이전 대회에서도 부임한 직후 대회를 가졌지만 그때와 달리 아시아에서 축구를 잘하는 나라가 많아졌습니다.
특히 우리를 꺾은 카타르는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팀이었고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불과 4~5개월 전 대회에서 아시아 최고 자리에 오른 카타르에게 당한 패배를 제외하면 15경기에서 패하지 않았습니다.
그중에는 코스타리카, 칠레, 우루과이, 호주, 이란과의 경기가 있었습니다.
이번 A매치 데이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 대표팀에게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줄 필요가 있고 어린 선수들마저도 감독의 눈에 들기 위해 지금보다 더 노력할 것입니다.
여러 순기능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감독에게 지나친 요구, 선수 선발에 있어 지나친 관심을 갖는 것은 팬보다는 꼰대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짧게 해야 할 이야기를 매우 길게 해서 논지를 많이 벗어난 것 같아 얼른 본론으로 돌아가 보면
손흥민 선수는 체력적으로도 매우 어려운 상황 속에서 큰 우려에도 불구하고 좋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나상호 선수는 소집될 때마다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표팀의 또 다른 선택지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중앙에서도 뛸 수 있는 이재성 선수나 경험을 쌓아가며 대표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이진현 선수와도 포지션 경쟁을 해야 하고
이승우, 이청용, 김보경, 권창훈 선수 등 전술 변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나상호 선수는 나름대로 A대표팀 내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여나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의조 선수는 호주전에 이어 이란전에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습니다.
김민재 선수의 롱패스를 받으려던 이재성 선수와 이란 선수 두 명과의 경합하는 과정에서 볼이 흐르자 황의조 선수의 달려가 볼을 잡았고 빠른 속도로 골키퍼와 거리를 좁혔습니다.
재치있게 칩슛으로 골을 터뜨린 황의조 선수는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평가전 두 경기에서 보여줬습니다.
이후 아쉬운 장면으로 실점한 것은 대표팀이 꼭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전력면에서 약한 팀이 강한 팀을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세트피스인데 이는 공격할 때나 수비할 때나 마찬가지입니다.
세트피스를 통해 공격할 때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를 선택해 득점을 노려야 하며
상대에게 세트피스 상황을 내줬을 때는 실점을 내주지 않기 위한 다양한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이란과의 경기에서 골을 내준 장면은 어찌 보면 우리의 약점을 공략한 이란이 얻은 가장 큰 행운이었을 겁니다.
신장에서 약점이 있는 나상호 선수의 머리를 넘어온 볼은 뒤늦게 선수가 달려가 처리하기 어려운 위치에 떨어졌고 이는 골키퍼와도 매우 근접한 상황이었습니다.
쇄도하던 이란 선수를 막아내야 했던 선수들에게는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러한 장면은 우리보다 높고 더 많은 선수가 세트피스 상황에서 가담하는 팀에게는
더 자주 나올 것이며 머리로 받아 넣기 매우 좋은 높이로 크로스를 감행해도 된다는 이미지를 줄 것이며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란과의 경기 내용은 호주와의 경기 내용보다 오히려 좋았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란에게 많은 기회를 내준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 선수들도 분명히 호주전보다 더 나은 경기를 했고 더 많은 슈팅을 했으며 득점 기회도 조금 더 많았습니다.
3,062일 만에 득점이 아닌 3,062일 만에 승리를 거둘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매우 아쉽지만
4연패 이후 두 번의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두면서 이란을 상대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데 만족할 수 있습니다.
유럽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 권창훈, 알 사드 소속 정우영 선수 등 소집되지 못한 선수가 있었음에도
성공적으로 6월 A매치 데이를 치른 대한민국 축구 남자 A대표팀은 이제 월드컵 2차 예선과 최종 예선, 동아시안컵을 앞두고 있습니다.
대표팀의 좋은 경기를 위해서 경기장을 찾아주신 분이 매우 많다는 데 개인적으로도 기쁘고 기회가 된다면 저 역시 경기장을 찾고 싶습니다.
여자 A대표팀이 조금 아쉽게 월드컵을 마칠 가능성이 커졌지만 20세 이하 대표팀의 결승 진출 등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는 이 시기에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남자 A대표팀이 앞으로 승리만을 쌓아나가며 축구 붐을 일으킬 수 있길 바랍니다.
그럼 저는 월드컵 2차 예선 조 추첨이 진행된 이후에 다시 A대표팀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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