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국회의원 의석 수 변화없이 비례대표 확대 가능할까···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알아봅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번 포스트는 지난 16일(목) 게재된 패스트 트랙에 관한 포스트에 이어 게재하는 2019년 9번째 특집, 그 두 번째 포스트로

지난달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합의해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내년 4월에 있을 제21대 국회의원선거, 총선에 적용될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벌써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의석수 114석을 가지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며 투쟁을 벌였고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이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의석 수를 유지하는 가운데 비례대표 의석 수만 늘어나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대변되기도 하는 이번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시다.




선거법 개정안 그리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현재 선거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 참여했다면 잘 알고 계시겠지만 국회의원 후보자 중 지지하는 후보에게 하는 투표와 지지하는 정당에 하는 투표가 있습니다.


이때 보통은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의 당적과 같은 정당을 찍기도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후보를 내지 않아서 혹은 나름의 이유로 '교차 투표'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든 후보자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사람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고 정당에 투표한 비율을 산정해 전체 비례대표 의석 수의 비율만큼 가져갑니다.

예를 들어 A 정당이 50%를 득표했다면 전체 비례대표 의석 수의 50%를 가져간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승자 독식 제도라는 것입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많이 선출된 정당이 대체로 비례대표도 많은 의석 수를 가져간다는 면에서 승자 독식 제도라고 할 수 있고

한 표라도 많이 얻은 경우 후보자의 득표율이 전체 투표수의 50%가 안 되는 30%, 25%만 득표해도 남은 70%가 넘는 표가 의미 없는 표 즉, 사표가 된다는 면에서도 승자 독식 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고민하다 나온 것이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더라도 유권자가 투표할 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이전과 똑같이 내가 지지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고 내가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면 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정당이 받은 득표 비율보다 많거나 같은 지역구 의석 수를 가지고 있다면 비례대표가 없고

그렇지 않다면 즉, 정당이 받은 득표 비율보다 적은 지역구 의석 수를 가지고 있다면 그만큼 비례대표를 배정하는 것입니다.


아까와 같이 예를 들어 A 정당이 50%를 득표했는데 지역구 의석 150석을 가져간다면,

현행대로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가 300석이라고 할 때 정당이 받은 득표 비율과 지역구에서 차지한 의석 수가 같으므로 이 당의 비례대표는 없는 것입니다.

만약 A 정당이 60%를 득표했는데 똑같이 지역구 의석 150석을 가져간다면,

현행대로 전체 국회의원 의석수가 300석이라고 할 때 정당이 받은 득표 비율과 지역구에서 차지한 의석 수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만큼의 즉, 30석의 비례대표 의석 수를 가져가게 됩니다.


이렇게 보면 매우 간단한 것 같지만 현재 개정안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위와 같이 정당이 받은 득표율을 그대로, 100% 연동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절반인 50%만 연동한다는 것입니다.

참고로 그렇기 때문에 이를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도 합니다.

또 전체 국회의원 의석 수를 현재와 같은 300석으로 제한하고 전체 비례대표 의석 수를 75석으로 정해놓은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경기 고양시갑)이 '계산 방식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논조의 발언이 문제가 된 이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계산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동 배분 의석수 = {(국회의원 의석수-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 ×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 -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 ÷ 2


굉장히 어려운 단어로 되어있는 듯하지만 단어를 잘 읽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계산식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먼저 가장 끝에 있는 '÷ 2'의 의미는 연동률 50%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해당 정당의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정당 소속 후보자가 당선되어 얻게 된 지역구 숫자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은 제가 앞서 예로 들었던 A 정당이 얻은 50% 혹은 60%를 의미하죠.


그럼 앞에 있는 소괄호, '국회의원 의석수-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를 해석하면 우리는 저 식의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는 다시 말해 무소속 혹은 봉쇄 조항에 걸리는 지역구 의석 수를 말합니다.

무소속이야 말 그대로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된 사람이 정당이 없는 경우를 말하며

봉쇄 조항이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이 3% 이상 또는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가 5석 이상인 정당이 아닌 당이 차지한 의석을 제외하는 것을 말합니다.



20대 총선을 예로 들자면 당시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석 수는 11석으로 이때 소괄호 안의 숫자는 '289'가 됩니다.

봉쇄 조항을 준수하여 각 정당의 득표율을 보정할 때 現 자유한국당의 득표율은 36%가 되어 정당 득표율과 연동할 때 104.04석이 나오는데

당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는 105석이었으므로 중괄호 안의 숫자가 1보다 작아져 연동 배분 의석 수는 0이 됩니다.

여기서 참고할 점은 대부분 언론 보도에서는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석 수를 0이라 가정해 소괄호를 '300'으로 놓고 편하게 계산하였지만 위와 같이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게 될 겁니다.


어쨌든 위와 같이 연동 배분 의석 수를 계산하면 상당수의 비례대표 의석 수가 남게 되는데 이를 다시 기존과 같은 득표율대로 의석을 나눠갖게 됩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현재 개정안대로라면 75석)-각 정당의 득표율을 반영해 산정한 연동 배분 의석 수의 총합} × 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대로 말이죠.

이를 잔여 의석을 병립 배분한다고 말합니다. 연동 배분 이후에 하는 배분이라는 의미에서 2차 배분이라고도 합니다.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손해볼 수 있는 거대 정당에게 일정 부분 만회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거꾸로 초과 의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어떠한 정당이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인 수가 적은 데 비해 정당 지지율이 매우 높아 연동 배분 의석 수가 매우 많아져 75석이 되어야 할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 수를 넘어서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국회의원 의석수를 늘릴 게 아니기 때문에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수(현재 개정안대로라면 75석) × 각 당의 연동 배분 의석수 ÷ 초과한 의석 수로 계산하여 조정합니다.


단순한 연동 배분 의석수 계산법에서 그치지 않고 두 가지 수식이 더 있어 실제로는 매우 복잡하게 계산된다는 점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무소속 당선 의원이 있고 봉쇄 조항을 준수할 경우 계산은 단순히 암산으로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위와 같이 복잡한 수식까지 내놓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필히 발생할 수밖에 없는 사표(死票)를 줄인다는 데 있습니다.

구역별 혹은 전국적으로 정당이 받은 지지만큼 국회의원 의석수를 차지하게 하는 것이 가장 공평한 선거 제도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제도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이미 이와 같은 제도를 채택한 독일의 경우 국회의원 의석수를 제한하지 않고 초과 의석을 모두 인정해 선거를 거듭할수록 정당과 국회의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독일과 같은 문제로 고생하지 않기 위해 국회의원 총 의석 수를 제한하고 연동률을 50%로 하는 등 조치를 강구해 위와 같은 문제는 없겠지만

암산으로 계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수식이 만들어졌고 이미 있는 지역구 의원을 줄여야 하는 문제가 생겼습니다.


개정안에 담긴 확대된 비례대표 의석 수는 75석인데 이는 마구잡이로 늘린 것이 아니라 지역구 국회의원 225 : 75 비례대표, 3 : 1 비율로 정한 것입니다.

그래야 비율대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인다면 지역구를 통폐합하는 데 있어 복잡한 계산이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지역구를 통폐합하는 부담은 사라지지 않고 결국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당장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줄여야 할 지역구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줄여야 할까요?

어느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못할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의 복잡한 수식, 지역구 국회의원 축소와 별개로 개정안에 포함된 석패율 제도도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석패율 제도는 낙선자의 득표율 ÷ 당선자의 득표율로 계산한 석패율 즉, 얼마나 아쉽게 떨어졌냐를 계산하고 가장 아쉽게 떨어진 국회의원을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입니다.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지역구의 낙선자를 비례대표로 돌릴지는 각 정당의 자율에 맡긴다고 하는데 그와 별개로 비례대표 취지에 맞는 것이냐는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있습니다.

비례대표의 취지는 각계의 전문가 혹은 신인 정치인을 발굴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대표할 수 있는 정치인을 만들어 그와 관련된 입법 활동을 할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인데

석패율 제도는 사실상 지역구 국회의원에 나갈 수 있는 정도의 능력 있는 정치인이나 중진 등에게 기회를 주는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유권자가 수식, 석패율 제도 등을 고려하며 투표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맞는 말입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대리인을 뽑는 것이 투표이자 선거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정으로부터 어떤 집단이 이익을 보고 여기서 생겨날 문제점이 있고 없고는 사회인으로서 생각해봐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먼저 지역구 의원에서 선택을 받지 못했던 군소 정당이 많은 이익을 보게 될 겁니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의사를 대변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입니다만

그만큼 더 많은 정당이 국회로 향할 수 있어 과반을 만드는 데 어려워져 일처리가 늦어진다는 단점도 분명히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를 문제로 봐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합니다.

어떤 법안이든 치열하게 토론해야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면 결과에 더 많은 사람이 동의할 날이 올 테니까요.

하지만 이것은 매우 필요한 법안이나 조치를 늦추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선거법 개정안은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선정, 내년에 있을 총선 이전에 330일 안에 결론이 내려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개정안을 시한을 정해놓고 한다는 데 위험성이 내포되어있다고 생각합니다만 어쨌든 시한은 결정되어있고 여야 합의 없이 시간만 흘러도 표결을 하게 됩니다.

개정안을 합의한 여야 4당이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총 의석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데 두 야당,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난색을 보이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고

애초에 개정안에 합의하지 않고 비례대표 폐지를 주장하는 자유한국당의 거센 반발도 이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취지는 좋으나 결과로부터 좋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는 건 이번 선거법 개정안 역시 마찬가지라 그 부분에서 오는 걱정도 있습니다.

또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추는 데에도 보수 야당의 반대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어 선거법 개정안 합의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금도 330일의 제한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흐른 시간이 그냥 흘려보낸 시간인데 앞으로는 국회에서 치열하게 토론하는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복잡하고도 어려운 선거법 개정안을 잘 알아봤는지 모르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저는 오는 20일(월) 이번 특집의 마지막 포스트, 공수처에 대한 이야기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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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0 - [시사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회적 사건)] - [법] 패스트 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공수처 설치에 대해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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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6 - [시사 (그 당시에 일어난 여러가지 사회적 사건)] - [정치] 연이은 국회 파행을 불러온 패스트 트랙을 자세히 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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